사실을 들여다보면

위는 이상한 일을 하는 장기입니다.

음식을 녹이고 단백질을 분해하기 위해 강한 산성 환경을 만듭니다. 그런데 바로 그 산을 담고 있는 것이 위 자신입니다. 그렇다면 위는 왜 자기 산에 녹아버리지 않을까요.

답은 단순히 튼튼해서가 아닙니다. 위벽은 여러 겹의 방어를 갖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점액입니다. 위 점막에서 만들어지는 점액층은 산이 세포에 직접 닿지 않도록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합니다.

여기에 중탄산염이 더해집니다. 점액층 안쪽에서는 산을 중화하는 성분이 작동해 위벽 가까운 곳의 환경을 덜 공격적으로 만듭니다. 위 안쪽 전체가 산성이라 해도, 세포 바로 앞에는 보호막 같은 미세한 경계가 생깁니다.

방어는 계속 유지되어야 합니다. 위 점막 세포는 손상되면 빠르게 교체되고, 혈류는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며 노폐물을 치웁니다. 산을 만드는 능력과 산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능력이 동시에 돌아가야 위가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균형이 무너집니다. 보호막이 약해지거나, 산과 효소의 공격이 방어를 넘어서면 염증이나 궤양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위는 단순한 음식 주머니가 아닙니다. 안에서는 화학 공장이 돌아가고, 벽에서는 방어막이 계속 보수됩니다. 우리는 밥을 먹는 동안, 몸속 작은 산성 실험실이 스스로를 지키며 일하게 하고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