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무지개를 하늘에 걸린 활처럼 기억합니다.
양끝이 어딘가 땅에 닿아 있고, 그 아래에는 보물이 숨어 있을 것 같은 반원입니다. 그림책도 그렇게 그리고, 실제로 지상에서 보는 무지개도 대체로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무지개의 진짜 기하학은 반원이 아니라 원입니다.
무지개는 태양빛이 물방울 안에서 굴절되고 반사되어 특정한 각도로 우리 눈에 들어올 때 생깁니다. 중요한 것은 물방울들이 하늘에 만든 물체가 아니라, 관찰자의 눈을 기준으로 한 각도입니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빛은 원뿔 형태로 모이고, 그 단면은 원이 됩니다.
그런데 땅 위에 서 있으면 아래쪽 절반은 지평선이나 지면에 가려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원의 일부, 대개 윗부분만 봅니다. 높은 곳에 있거나 비행기에서 조건이 맞으면 더 둥근 무지개, 심지어 원에 가까운 무지개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이 좋은 이유는 무지개가 하늘 어딘가에 걸린 고정된 물건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무지개는 당신의 위치와 태양, 빗방울이 함께 만드는 개인용 광학 사건입니다. 옆 사람은 거의 같은 무지개를 보는 것 같지만, 엄밀히 말하면 조금 다른 물방울의 빛을 보고 있습니다.
무지개 끝에 도착할 수 없다는 말도 그래서 더 그럴듯합니다. 무지개는 장소가 아니라 각도이기 때문입니다.
하늘의 반원처럼 보이는 그 색띠는 사실 잘린 원입니다. 우리가 땅에 붙어 있어서, 무지개의 나머지 절반을 보지 못할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