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가구를 조립하다 보면 인간은 잠깐 철학자가 됩니다.
설명서는 애매하고, 나사는 비슷하게 생겼고, 한 번 잘못 끼우면 다시 풀어야 합니다. 완성품은 사진처럼 완벽하지 않습니다. 선반이 미세하게 삐뚤고, 뒤판은 조금 들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물건이 마음에 듭니다. 내가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현상을 설명하는 연구로 IKEA 효과가 자주 언급됩니다. 사람들은 직접 조립하거나 만든 물건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IKEA 상자, 종이접기, 레고 같은 과제를 사용한 연구에서 이런 경향이 관찰되었습니다.
핵심은 노동이 사랑을 만든다는 점입니다. 완성도가 객관적으로 뛰어나서만이 아닙니다. 내가 시간을 쓰고, 손을 쓰고, 약간의 고생을 겪었기 때문에 그 결과물에 내 노력이 붙습니다. 물건은 그대로인데 마음속 가격표가 바뀝니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실패와의 관계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완성하지 못하면 애착이 크게 생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즉 고생 자체보다, 고생 끝에 완성했다는 감각이 중요합니다. 완성된 결과물이 내 능력의 증거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 효과는 취미, 요리, 집 꾸미기, 창작에도 자주 나타납니다. 남이 보기에는 평범한 물건인데 만든 사람에게는 특별합니다. 그 안에 시간과 시행착오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삐뚤어진 선반이 명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인간은 물건의 품질만 보는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는 내가 들인 노력까지 함께 평가합니다. 그래서 직접 만든 것은 가끔 실제보다 조금 더 빛납니다.
